고서들에 둘러싸인 채, 현자님은 오래된 골렘의 회로를 조심스럽게 수리하고 있었습니다. 조나우 문명이 남긴 섬세한 회로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고, 곳곳이 끊어져 있었습니다. 현자님은 실핀보다 가는 도체를 이어붙이며 집중하고 있었고, 베르타는 그 옆에서 필요한 고서를 하나씩 꺼내어 건넸습니다.

 

그러던 중, 베르타는 고서 한 권의 페이지 귀퉁이가 파먹힌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낡음이라 생각했지만, 종이를 손끝으로 만졌을 때 결이 허무하게 부서졌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베르타는 주변을 살폈고, 나무 상자 일부가 울퉁불퉁하게 패인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베르타는 조심스럽게 상자 표면을 쓸어보았습니다. 그 순간, 살짝 눌렀는데도 ‘우지끈’ 소리를 내며 갈라졌고, 내부에는 희고 가느다란 흰개미 떼가 우글거리고 있었습니다. 베르타는 이미 목제 가구는 점령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심스럽게 흰개미 시체 몇 마리를 손에 올려들었습니다.

 

“흰개미가 있습니다. 새로 들인 목재 서가 내부에 이미 득실거리더군요.”

“보존처리가 덜 된 책이 있나보군요… 세상에. 소독합시다.”

 

베르타는 그렇게 말하며 시체를 현자님에게 보여드렸습니다. 현자님은 책상 위에 올려진 흰개미를 확인하신 뒤 표정을 굳혔습니다. 베르타의 말에 따라 고서를 펼쳐 소독법을 찾으시던 현자님은 곧 흰개미 퇴치용 고대 약제의 조제법을 찾아내셨습니다. 조나우 문자가 적힌 레시피를 가리키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마침 잘 되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시종을 시켰겠지만... 부탁드립니다, 베르타.”

“알겠습니다, 미넬 님.”

 

베르타는 약제의 재료들을 정량대로 혼합하였습니다. 약초의 쓴 향이 농축된 듯한 액체는 서서히 주술의 색을 담은 것 마냥 초록빛을 띠었고, 골렘이 곧이어 분무를 할 수 있을 장치를 가져옵니다. 이후 두 사람은 서가 곳곳, 책장 틈새, 바닥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소독약을 뿌렸습니다. 그러던 중 베르타는 서가와 함께 새로 들여온 쇼파가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여왕개미가 이쪽에서 알을 낳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확인해보죠.”

베르타는 그렇게 말하며 쇼파를 뒤집었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쇼파의 밑면은 이미 갉아먹힌 흔적으로 비어 있었고, 구조적으로도 불안정했습니다. 안쪽에 죽은 개미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한 뒤, 결국 그 쇼파와 서가는 고급 목재로 만든 제품이지만 폐기하기로 하였습니다. 나머지 고서들은 더욱 철저하게 보존 처리를 하였고, 기존의 석재 가구만 남겨두었습니다. 작업이 끝났을 무렵, 두 사람은 잠시 숨을 고르며 방 안을 다시 둘러보았습니다. 혼란스러웠던 흰개미의 습격은 그렇게 마무리되었고, 서재는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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