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님은 서가에 꽃혀있는 고서를 연구하던 중, 지저에서 자생하는 혼란꽃의 향기를 활용한 도구에 대한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혼란꽃에서는 매우 강한 냄새를 풍기는 연기가 납니다. 이 냄새를 맡으면 피아식별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 이 보라색 꽃에 혼란꽃이라고 이름이 붙어 지금도 전해져 내려옵니다. 고서에는 꽃의 냄새와 관련된 성분만을 추출하여 연막탄 형태로 제작한 후 던지면 적들끼리 혼란에 빠져 서로를 공격하도록 해 내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론과 추출법, 그리고 연막탄의 구조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현자님은 지금의 토벌대를 돕기 위해 기록에 따라 연막탄을 제작하였고, 이를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 군인 신분이기도 한 베르타가 직접 실험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베르타는 병정 골렘과 숙련된 병사 일부를 대동하고 몬스터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으로 향했습니다. 베르타는 연막탄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비교적 평범한 몬스터 무리가 주둔한 장소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실패하면 바로 들통날 테고, 그러면 사살하기 편한 마물이 낫겠지요. 몬스터 소대는 바위 위에 초소를 차리고 있었으며, 숫자는 네 마리에서 다섯 마리로 보였습니다. 하급 몬스터가 넷. 사실 크게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베르타는 연막탄을 손에 쥐고 병사들 앞에서 침묵을 명합니다. 그 뒤 한 병사를 시켜 적절한 투척 위치를 탐색하도록 했습니다. 병사가 베르타에게 보고하려 하자, 갑자기 땅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윽고 울림이 점점 커지며 주변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우르르릉… 바위 주변의 흙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초소를 받치고 있던 바위가 갑자기 솟구칩니다. 다리, 팔, 그리고 등 위에 빛나는 검정색 광상. 그건 살아있는 바위 하우스록이었습니다. 초소를 차린 줄 알았던 하급 몬스터들은 사실 대형 바위록과 함께 공생중이었습니다. 하급 몬스터들은 바위록의 약점인 광상을 지키고, 바위록은 하급 몬스터에게 움직이는 집을 주었습니다. 베르타는 즉시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베르타는 병정 골렘과 병사들에게 남은 연막탄을 배분하는 일을 돕습니다. 

 

“뒷쪽을 노려라.”

 

 베르타는 여분의 연막탄을 골렘에게 장착시키며 명령했습니다. 베르타는 일부 골렘과 함께 하급 몬스터와 바위록의 이목을 끌며 병사들이 뒤쪽을 노릴 시간을 법니다. 곧이어 병사들도 뒤로 최대한 달려가 뒷통수를 향해 연막탄을 던졌고, 바위록의 거대한 몸체와 그 위의 하급 몬스터들 사이에 보라빛 연막이 퍼져나갔습니다. 연막 속에서 혼란꽃의 향기가 확산되자, 바위록은 몸을 심하게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피아식별이 어려워진 바위록은 자신의 등 위에 서서 활을 쏘던 하급 몬스터들을 자신에게 올라탄 적으로 인식하여 거칠게 내동댕이쳤고, 순식간에 하급 몬스터들이 사방으로 튕겨나가며 무력화되었습니다.

하급 몬스터들이 모두 쓰러진 후에도 하우스록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허둥대며 베르타의 소대를 향해 돌진하려 합니다. 약점을 노출한 채로 달려오는 꼴이 중급 이상의 몬스터여도 묘하게 우습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웃을 때가 아니지요. 베르타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폭탄 준비.”

 

재래식 폭탄에 불을 붙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발사.”

 

병사들은 즉시 준비된 재래식 폭탄을 던졌고, 약점을 집중공격당한 바위록은 쓰러집니다. 하급 몬스터들도 가볍게 정리한 후 전투가 종료되자, 베르타는 현자님께 보고하기 위해 전장의 흔적을 점검하며 연막탄의 효과를 정리했습니다. 화약재를 뒤집어 쓴 채로 보고를 올리는 베르타. 

 

“미넬 님, 계십니까?”

 

“들어오세요.”

 

“이번 성과 보고드립니다. 연막탄의 효과는 충분했습니다만.. 병사들 중 일부가 연막탄에 들은 농축액으로 인해 어지럼증을 호소한 것으로 파악한 바, 현재의 지저에서 자라는 혼란꽃을 그대로 사용해도 효과는 좋을 것 같습니다. 열약한 지저에서 살아남기 위해 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 같기도 합니다.”

 

현자님 보고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습니다. 이번에 그리 기록하도록 하지요. 현재의 것은 농축액을 뽑지 않고 실전에 활용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말이예요.”

 

 하지만 전쟁의 혼란 속에서 이 연구 기록은 소실되었고, 혼란꽃 연막탄 기술은 후대에 전해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대 용사가 지저를 다시 방문하면서 혼란꽃을 그대로 던져서 내분을 일으키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쳤으니, 그것으로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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