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현장조사를 하러 간 현자님과 베르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베르타는 오늘 휴일입니다. 왕성 근처에 있는 동굴 속에 깊은 지하로 향하는 유적이 있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현자님과 베르타는 이 유적이 진실로 존재하는 유적이라면 고대 조나우족이 어떻게 해서 지상에 강림했고, 어떻게 지하에서 조나니움을 채굴했는지에 대한 단서가 될 거 같다는 생각에 횃대에 불을 붙이고 동굴로 향합니다. 아무리 온대기후인 지역의 동굴이라고 하지만 이 동굴은 석회동굴입니다. 천장에 빼곡히 매달려있는 종유석으로부터 물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내부의 환경은 매우 습했습니다. 그런 탓에 횃불이 얼마 가지 못하고 꺼졌습니다. 연기도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 베르타와 현자님은 어두컴컴한 동굴을 휘휘 둘러봅니다. 그때, 베르타가 동굴 벽면에서 희미한 빛무리들을 본 것 같아 이를 보고합니다.
 
"미넬 님. 벽면에 자생중인 조명꽃들을 본 것 같습니다. 이 꽃을 횃불 대용으로 사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등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점은 사과드립니다."
"아닙니다. 나도 이렇게 습한 동굴일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이 동굴은 평원 내에 있는 몇 되지 않는 조명꽃의 군락지였습니다. 이 꽃은 딴 후 단단한 표면에 부딪히는 등의 강한 충격을 받으면 그 자리에 바로 뿌리를 내리고, 조명마냥 환한 빛을 내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에도 가능하지만 오래가지 못하지요. 이전에도 베르타는 추낙 초소에 배정되었을 때 산사태 때문에 요새에 제 때 가지 못하고 동굴에 갇혔을 때 조명꽃을 던져서 뿌리내리게 한 뒤 그걸로 주변을 밝힌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조명꽃 활용법을 배웠던 것이지요. 베르타는 그중에서도 꽤 큼지막한 조명꽃을 하나 따고, 횃대를 축축한 동굴 바닥에 놓더니, 횃대를 향해 조명꽃을 던집니다. 횃대의 윗부분을 정확하게 맞춥니다. 충격을 받은 조명꽃은 횃대에 자라서 밝게 빛나기 시작합니다. 현자님의 횃불에도 조명꽃을 하나 달아드리는 베르타.
 
이제 본격적으로 동굴 내부에 유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할 차례입니다. 베르타는 키이스가 공격적으로 달려들 때마다 조명꽃이 달린 횃대를 휘둘러 기절시킵니다. 동굴이 깊어질수록 습해졌고, 조나우족이 강림했을 때보다 훨씬 더 꽤 최근에 사용했을 법한 건축용 부자재들이 쌓여있는 곳만 보입니다. 차라리 베르타가 살고 있는 시대에 가깝다고 해야겠습니다. 타일, 석재, 썩어 문들어지기 시작한 나무 조각, 석회 성분 때문에 매우 녹슬어 만지기만 해도 바스러질 것 같은 쇠못들. 게다가 염료 통들도 원래 담고 있던 염료를 뒤집어 쓴 채로 녹슬어서 나뒹굴고 있네요.
 
"유적은 확실히 아닌 것 같습니다."
"네, 타일에 있는 무늬를 보니 조나우 양식은 더더욱 아니군요. 이건..."
"우리 시대의 하일리아인이 만든 양식입니다."
"정확합니다."
 
이제 결론을 내릴 차례입니다. 이 곳은 깊은 동굴이 맞긴 합니다. 하지만 신화시대의 사람들이 이곳이 그나마 가까운 동굴이라 건축 폐기물을 계속 버리다 보니 유적의 형상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입니다. 몇 안되는 군락지를 보존하기 위해서 더 이상 건축자재를 쌓지 말라고 팻말을 박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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