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성 근처의 연구용 식물을 기르는 온실에 남부 지방에서 들여온 식물들을 새로 심었습니다. 따뜻한 기후에서나 자라던 이 식물들이 하이랄의 중심부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현자님은 그중 몇 가지를 직접 차로 우려내어, 베르타와 함께 차를 마시며 꽃과 곤충을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차를 건네받은 베르타는 잠시 망설였습니다. 저번에 만우절 장난으로 현자님께서 피시소스를 발효매실차라고 속였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제로 식물을 우려낸 차라는 것을 알고서야 안심한 듯 조심스레 한 모금 마셨습니다. 베르타가 씁쓸한 표정을 짓자, 현자님은 살며시 웃으며 호록 하고 허브 차를 마십니다.
"저번에 그 피시소스인 줄 알았습니다."
"이제 그런 장난 안 칩니다. 이미 들켰잖아요."
베르타는 살짝 머쓱해졌는지 남은 차를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온실 안은 따뜻한 기온 덕에 베르타의 고향에서나 볼 수 있는 꽃들이 만개해 있었고, 그 사이로 작은 곤충들이 꽃가루를 옮기면서 바쁘게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법한 광경이었지만, 현자님이 남부 식물과 곤충들의 과학적인 특성에 대해 설명하며 일부를 정정해 주십니다.
"이런 식물과 곤충은 전부 약재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장로 분들이 식이요법의 용도로만 사용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지요. 남부 지역에서는 주로 약재로 사용하지만, 그 외에도... 여름마다 풀숲에서 튀어나오는 원기메뚜기는 포션 재료로도 자주 사용합니다. 의학이죠."
베르타는 그 말을 듣다가 재빨리 날아드는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순간적으로 반사 신경이 발동한 듯, 허공에서 팔을 휘둘렀고, 곧 풀숲에서 튀어나온 방아깨비를 잡는 데 성공합니다. 뒷다리를 조심스럽게 잡으니 방아깨비가 아래 위로 움직입니다. 베르타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방아깨비를 들어 보이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방아깨비의 다리를 이렇게 잡고 있으면 방아를 찧습니다. 어르신들이 자주 보여주셨어요."
"천적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겁니다. 놓아주시지요."
"아, 죄송합니다."
현자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베르타는 순간 당황한 듯하다가 곧바로 방아깨비를 놓아주었습니다. 풀려난 방아깨비는 급히 풀숲 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베르타는 헛기침을 하며 어색함을 감추려 했고, 현자님은 그런 그녀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습니다. 온실 안에는 따뜻한 바람이 스쳐 지나갔고, 차향과 꽃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