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당시에는 멀쩡했다는 이유로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되는 법입니다. 기어 제조기 그 자체와 그 제조기에서 나온 조나우 기어에 불량품이 있는지 꾸준히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만큼은 일정이 널널하니 출장을 가 보도록 할까요. 왕성 근처의 한 기어 제조기를 통해서 열기구에 필요한 파츠를 얻어낸 현자님과 베르타는 열기구의 가죽이 묘하게 약해보인다고 생각을 했나 봅니다. 그래도 이론이 다가 아닌 법. 우선 테스트를 해 봐야 할 겁니다. 열기구의 바닥면이 될 튼튼한 철판 몇 장과 난간이 될 만한 부품들을 근처의 공사장에서 구하긴 했으나, 여러 부품을 한 군데에 붙이는 주술은 국왕만이 타고 난 주술이었기 때문에 조수와 현자님은 주술 없이 붙여야 할 겁니다. 현자님이 연구하고 계셨던, 조나우족이 한창 번성하고 있었을 때의 수리용 및 조립 공정용 골렘들은 어느정도의 접합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겠지요.
서재에 잠깐 다녀온 현자님은 베르타가 살고 있던 신화시대에도 까마득한 과거에 쓰인 설계도 도면을 가져오셨습니다. 집사골렘 둘은 거대한 골렘의 팔들을 수레에 끌고 뒤를 따릅니다. 현자님은 두루마리로부터 먼지를 후후 불더니, 펼칩니다. 지금 재현중인 공작용 골렘의 설계도입니다. 아직 팔만 구현된 탓에 수동으로 조작하는 기능밖에 없지만 철판과 열기구 부품을 붙이는 데에는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자님이 구한 부품들을 더 살피더니, 빈 양피지에 설계도를 그려넣습니다. 이를 토대로 베르타가 골렘의 팔을 이용해 용접을 마치자, 근위병 겸 조수는 알아서 마른 장작을 가져오더니 불을 피울 곳에 쌓습니다. 그 다음, 부하에게 들고 있던 횃불을 이리 달라고 손짓 하네요. 장작에 불이 붙고, 풍선이 부풀어 오릅니다.
난간을 만들긴 했으나, 아무래도 하루만에 만든 열기구다 보니 덜컹거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결국은 균형을 잡지 못해 군인 생활을 오래했던 베르타도 무게중심을 잃기 직전입니다.
“조심하십시오. 잡아드리겠습니다.”
현자님의 손을 잡고, 열기구에 쉽게 앉을 수 있도록 돕는 베르타. 열기구가 공중에 뜨기 시작합니다. 마왕이 각성하기 전의, 평온한 하이랄 대지가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옆에 나란히 앉아 하늘과 땅을 바라보며, 열기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비롯해 건국 이전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기 시작합니다. 하늘에서 기거하다가 지상으로 내려온 조나우족의 숙명 또한 포함해서요. 여신의 명을 따라 비석을 지키라는 그 숙명 말입니다. 화려한 하이랄 왕성이 메뚜기만해질 무렵, 베르타는 너무 높이 올라왔다는 것을 그제서야 자각합니다. 열기구의 속력을 조절하기 위해 천천히 불을 끄기 시작합니다. 베르타 덕분에 열기구는 사뿐히 지상에 내려 앉습니다.
“베르타? ”
“예?”
”돌아가서 보고서에 이렇게 적어줄래요? 가죽에는 이상이 없다고. 혹시 모르니까, 이번 만큼은 베르타가 적어 둬요.”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어 제조기도 불량품이 아니라고 적겠습니다.”
“고마워요, 언제나.”
열기구에 쓰인 부품들을 수레에 넣어 가져오면서도 열기구에 대한 감상평은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