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타. 나한테 할 말 없습니까.”

 

젊은 시절, 교대근무를 마치고 휴식을 하던 베르타가 조수 일에 늦을까봐 급하게 뛰어오자마자 들은 이야기입니다. 워낙에 잘 웃지 않는 현자님이 더 정색한 채로 쳐다보며 저런 말을 하다니. 긴장한 베르타의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납니다. 비공식 조수 일을 하다가 실수한 것이 많았던 탓에 온갖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그중에서 대체 무얼 말씀하시는 걸까, 고민 끝에 결국 전부 말하기로 결심합니다.

 

” 저번에 화병에 물 안 갈아드린 것, 골렘 부품 정리 안해 둔 것, 지저 폐광으로부터 정제된 조나우 에너지 결정체를 받아오지 못한 것, 양산형 골렘을 망가뜨릴 뻔 한 적…. ….그 외에도 수많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베르타의 입에서 속사포로 줄줄 쏟아지는 ‘잘못 목록’이 끝나자마자 잠깐의 침묵이 이어집니다. 현자님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갑니다.

“베르타. 나 화 안 났습니다….”

 

“예?”

 

“난 조수한테 장난도 못 칩니까?”

 

“예…?”

 

베르타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드러납니다. 현자님이 이런 장난을 치는게 처음 있는 일 아닌가 싶어서 동공이 심하게 흔들리기도 했지요.

 

“미안해요. 그런데 알아서 자백을 해 줬으니 뭔가 괘씸하군요. 오늘은 추가근무 하세요.“

 

“… 예.”

 

그렇게 베르타는 오늘만큼은 현자님이 잘 읽지 않는 고서들이 꽃혀있는 서가를 정리하는 일을 더 도왔다고 하네요. 청소를 맡은 집사 골렘이 최근에 오작동을 하기 시작해서, 조수의 힘이 필요했다나요. 먼지가 소복히 쌓인 양피지와 고서를 하나하나 꺼내서, 손상이 최대한 가지 않도록 보존작업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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