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봄의 기운이 살얼음을 뚫고 나오기 시작할 무렵입니다. 정원에 심어진 나무들의 앙상한 가지에서도 싹이 틀 조짐이 느낄 사람들이 있겠지요. 현자님도 싹이 틀 조짐을 느낀 그 부류 중 하나입니다. 봄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올 때, 녹색 안료로 무늬가 그려진, 흰 바탕의 화분이 덩그러니 놓여진 것을 보셨을 겁니다. 현자님은 집사골렘을 불러 창고에서 씨앗을 가져오라 합니다. 작년 봄에 베르타가 남부 지역의 화훼 농장에서 받아온 씨앗입니다. 작년에는 혹독한 추위 탓인지 그동안 길렀던 화초들이 모두 겨울을 버티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괜찮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겠지요. 

 

왕성 바깥에 골렘 하나를 보내서 흙을 가져오라 하고, 서재에 남은 작은 그물망 하나를 잘라다가 화분 밑에 까는 현자님. 흙을 투박한 단지에 담아서 서재에 들어가는 골렘을 보고 놀란 베르타는 밖에서 일을 보고 있다가 서재로 잠시 들어옵니다. 

 

“미넬 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 저번에 그대가 준 화초 씨앗 심어보려고 했습니다. “

“저한테 맡기시지 그러셨습니까.”

“그대의 능력을 폄하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번엔 겨울을 못 버텼으니… 다른 방식이라도 해 보아야 하지 않겠나요.”

“그래도 도울 일이 있으시다면 말씀 주시지요.”

“알겠어요. 이만 가서 쉬세요.”

 

베르타는 인사를 꾸벅 하고 문을 열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때, 현자님이 조수를 호출합니다. 

 

“베르타?”

“예.”

“이 화초 이름이 뭐라고 했죠?”

“군자란입니다.”

“그렇군요, 해품이꽃과 비슷하게 생겼기에 궁금했습니다.”

“그래도 독기를 치료하는 데에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정보 고마워요. 나중에 싹을 틔우면 보여줄게요.”

 

현자님은 고대 문헌에서 군자란과 비슷한 식물을 기르는 데 사용했던 비료의 배합을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적당한 비율을 찾아낸 뒤, 베르타와 함께 그 비료를 실험해보는 시간도 가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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