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타가 훈련을 마치고 서재로 돌아왔을 때, 현자님은 웬일로 의자에 앉아있지 않고 창가에 우두커니 서서 왕성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이랄의 왕실 문양과 조나우족의 문양이 흰색 실로 수놓아진 청색 커튼은 환하게 젖혀져 있었고, 창밖으로는 초봄의 바람이 불어와서 아카시아 꽃 내음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현자님의 손에는 작은 유리병이 들려 있었습니다. 현자님이 그 유리병을 살짝 흔들자 금빛의, 투명한데다가 둥근 모양의 무언가가 그 안에서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딛혔어요.
베르타는 창을 벽에 기대고, 꾸벅 절을 합니다. 그 뒤 다가오며 통 속에 들은 것이 무엇인지 여쭙습니다. 현자님은 고개를 돌려 베르타를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를 짓습니다.
"이웃 나라에서, 오늘 같은 날에는 한 달 전 소중한 사람에게 단 것을 받았다면, 답례로 비슷한 것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당신이 주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고 사탕을 준비하신 겁니까?"
"…당신이 그날에 바나나튀김을 준비한 적이 있었죠?”
“예.”
“듣자 하니 주변 백성들은 바나나튀김 외에도 꿀으로 사탕도 만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늘만큼은 답례도 할 겸 하여 그대를 위해 달콤한 것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미넬은 병을 책상위에 잠깐 올려놓고서는 말을 잇습니다.
"원기 벌꿀로 만든 사탕입니다."
베르타는 예상치 못한 선물에 당황합니다. 자신이 현자님을 위해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할 수 있어도, 화이트데이의 대상이 본인이 될 줄은 몰랐겠지요. 게다가 현자님이 발렌타인데이에 주었던 자신의 선물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겠죠.
“직접 만드셨다니요. 궁중 요리사를 부르시지 그러셨습니까. 화상은 안 입으셨습니까?"
“안 다쳤으니 걱정 마십시오. 연인에게 주는 선물이니 내 손으로 만들어야지요. 그래야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현자님은 부드럽게 웃으며 뚜껑을 엽니다. 원기벌이 아카시아 숲을 돌아다니며 모은 달콤한 꿀 향이 공기 중에 퍼집니다. 현자님은 손가락으로 투명한 사탕 하나를 집어 베르타에게 내밀었죠.
"이건 그냥 꿀으로만 만든 게 아니에요. 약효도 있답니다."
"약효 말씀이시다면..”
"벌꿀 자체가 피로 회복에 좋고, 감기 예방에도 효과가 있죠. 원기벌꿀이면 스태미나 회복에도 좋지요. 그리고 이 사탕에는 허브도 조금 넣었어요. 목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재료들이죠."
잠시 뜸을 들이던 현자님이 다시 입을 엽니다.
“그대는 종종 훈련할 때 큰 소리로 지시를 내리잖습니까. 목을 혹사하지 않도록 미리 관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베르타는 조용히 현자님을 바라봅니다. 현자님의 말투는 평소처럼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확실한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베르타도 이를 충분히 느꼈을 겁니다. 그런 이유인지 베르타는 반박을 하려다가도 아무 말 없이 사탕을 입 안에 넣습니다. 단단한 사탕의 표면이 혀끝에서 천천히 녹았고, 달콤한 꿀맛이 입안을 메웁니다. 그 속에서 미묘하게 허브 향이 퍼졌습니다. 누가 먹더라도 충분히 기분이 좋을 맛입니다.
"어때요?"
"좋습니다. 허브향이 강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군요."
현자님은 그제서야 흐뭇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다행이군요."
창밖의 바람이 다시 불어와 달콤한 향기를 실어 나르며, 두 사람의 사랑에 단내가 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