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이번 이야기는 죽음에 대한 묘사가 있으니 유의 바랍니다. 현자님도 베르타가 마왕이 일으킨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란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베르타의 영혼을 담을 두번째 골렘을 미리 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왕의 군대가 지나치게 강했던 탓에,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틈도 주지 않고 바로 몬스터를 대동하여 하이랄왕국을 침범하려 했던 이유였을까요. 현자님도 그렇고 베르타도 그렇고 두번째 골렘은 설계도도 그려보지 못하고, 아니 두번째 골렘을 만들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전장에 급하게 나갔을 겁니다. 마왕은 시간의 현자이자 왕비가 가지고 있던 시간의 비석을 탈취해 너무 이른 시기에 마왕으로 각성했었습니다. 본인이 죽을 각오를 하고 싸웠어도 베르타는 몬스터가 쏜 화살에 맞았습니다. 

 

현자님이 가지고 있던 영혼의 비석이 유체이탈의 힘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타인의 혼을 옮기는 건 현자님도 처음일 겁니다. 그래도, 만약에, 켄타우로스 형상을 한 은빛 털의 몬스터가 사각지대에서 화살을 쏠 것을 미리 예측했다면 가장 사랑하는 조수와 함께 무녀 공주의 근위기사이자 용사가 나타날 시간을 함께 기다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피와 살로 이루어진 육신은 백골이 되고 대지의 품으로 돌아갔어도 혼만은 프루아패드 속에, 그들이 빙의될 양산형 골렘은 억겁의 세월동안 지저에 묻힌 영혼의 신전에 함께 있지 않았을까요. 베르타가 거부했어도 현자님은 다른 사람의 혼을 옮기는 방법을 몰래라도 연구하지 않으셨을까요.

 

만약 베르타도 혼만은 프루아패드 속에 있었다면 말입니다. 비석이 매개가 아니여도 타인의 혼이 무생물에 옮겨갈 수 있다면 말입니다. 먼 훗날, 여신이 하사하고 하늘섬의 용사가 제련한 검에게 선택받은 새 용사가 나타났을 때, 베르타도 훌륭한 용사의 조력자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전투능력이 없는 골렘에 빙의되어 용사에게 갖가지 전투 팁과 조나우기어 조립법을 알려주는 대사가 출력되거나, 아니면 무기를 수리해주는 이벤트도 있지 않을까요. 인게임 스토리 상으로는 영혼의 비석이 본인의 육신과 혼을 분리하는 능력만 보여줘서 나름 아쉽습니다.  

 

 

#02

 

모브 병사들이 미네르타 동인지? 쓰는 상황을 비공개 계정에서 상상한 적이 있었어요. 만약에 상관인 베르타에게 들켰다면 베르타는 표정도 안 바꾼 채로 담담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읽을 거 같아요. 그래놓고선 감상평을 입으로 쓰겠죠. 글을 읽을 줄은 알았지만  언짢아서 바로 말로 해야 성이 풀리는 모양입니다. 

 

"잘 읽었네. 하지만 미넬 님 성격은 이렇게 능글거리지 않으니 엎드려뻗쳐!"

"대장, 그거 고치면 팔굽혀펴기 안해도 됩니까?"

 

더 정색하는 베르타를 본 병사 둘은 그제서야 장난 아닌 장난을 체벌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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