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베르타가 아직 비공식 조수일 시절입니다. 봄 치고는 너무 햇볕이 따가워서 경비를 보고 있던 병사들도 지쳐서 고위 관료가 오지 않는 한 앉아서 그늘과 물병만을 찾고 있었습니다. 마침 남부 지역으로부터 코코넛이 들어왔습니다. 속에 들은 달달한 물을 마시면 갈증에 아주 좋지요. 병사들은 하나둘씩 열매를 가져가 그 두꺼운 껍질을 까고 속에 들은 물을 벌컥벌컥 마십니다. 그런데 껍질과 남은 과일은 어디다가 쓰죠? 한참을 고민하던 때,  한 병사가 제안을 합니다. 옆 소대와 껍질로 공놀이를 하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당시의 베르타의 상관은 고민하다가 껍질을 옆구리에 끼고 옆 초소에 가서 승부를 제안합니다. 더욱 많은 수박과 코코넛을 걸고요. 대부분이 동의한 채로 즉석 축구 경기가 펼쳐집니다. 창의 뭉툭한 부분으로 선을 긋고, 큼지막한 나무 상자의 엎고 돌려서 골대를 만듭니다.  

 

아무리 남부 출신이라지만 이번 봄은 유난히 더웠던 터. 처음에는 베르타는 흥미가 전혀 없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이번은 가오를 부릴 때가 아닙니다. 본인도 또약볕 때문에 살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연대책임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베르타는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이 악물고 자기 앞으로 달려오는 껍질을 발로 찹니다. 여러 번의 동점과 여러 번의 승부차기 끝에 겨우겨우 이겼지만 베르타는 발등의 건강과 수분 함량이 많은 과일들을 맞바꾸었습니다. 샌들이 헐거웠을까요. 베르타는 오후에는 큼지막한 혹과 멍을 발등에 달고, 당직표대로 경비를 보겠다며 현자님의 서재 문 앞에 섭니다. 현자님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문을 엽니다. 코코넛에게 심하게 혹사당한 탓에 멍자국이 더 커지기 시작한 발등과 베르타를 번갈아 보던 현자님은 베르타를 빤히 바라보며 자초지종을 설명하라는 눈빛을 보냅니다. 베르타는 내키진 않았지만 상대는 본인의 상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분 함량이 많은 과일을 걸고 '팀플'을 했다는 사실을 줄줄 말하기 시작합니다. 

 

"그..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이 아니라... 미넬 님. 밖이 유난히 덥지 않습니까? 그래서 다른 소대와 코코넛 내기를 했습니다. 남은 껍질 중 좀 말랑말랑한 것으로..."

"공놀이를 했습니까."

"...."

".... ..... ..."

 

근위병들이 점심시간에 더욱 많은 과일을 걸고 동네 마을 아이들마냥 코코넛으로 축구를 했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은 현자님 때문에 침묵이 길어집니다. 본인의 예상에 딱 들어 맞아서 어이가 없었던 감정도 한 몫 했겠지요. 민망한 감정에 눈을 슬쩍 피하는 베르타. 침묵을 깨고 베르타가 먼저 사과를 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안 하겠습니다."

"...그대들의 업보입니다. 들어오시지요."

 

현자님은 본인의 시중을 들던 골렘들에게 소독약과 붕대를 가져와 치료를 하도록 지시합니다. 골렘들에게 붙들려 꼼짝 없이 발등이 소독되고 붕대가 꽁꽁 감기는 도중에 베르타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소독약을 바르는 과정에서 혹이 난 부분이 따갑긴 하지만, 참을 정도는 되었습니다.   

 

"... 이겼습니까?"

"...예."

"그럼 됐어요. 아, 그리고. 그대의 대장에게 다음부터 부하들에게 내기 같은 거 과격하게 시키지 말라고 전하세요. 난 내 조수가 다치는 건 더 못 봅니다."

"예.."   

 

다행이도 군내의 더욱 높으신 분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최소한 비공식 간식 쟁탈전은 더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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